
오늘은 미국 서부 여행, 그중에서도 ‘시애틀의 영혼’이라 불리는 마운트 레이니어(Mount Rainier)에 다녀온 솔직하고도 조금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혹시 달력 사진에 나오는 만년설 가득한 웅장한 설산을 기대하고 계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외숙모 차를 빌려 호기롭게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말이죠. 하지만 제가 마주한 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비지터 센터 근처는 주차 자리가 없어서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3분정도 걸어왔습니다. 사람은 평일이지만 상당히 많았습니다.

바쁘신 분들을 위해, 오늘 이야기의 핵심만 먼저 요약해 드립니다.
📌 30초 요약: 이 글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
- 인터넷 사진만 믿고 갔다간 ‘민둥산’만 보고 올 수도 있습니다. (시기 중요!)
- 왕복 운전 생각보다 오래걸려요. 초행길 렌트 vs 투어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 실망할 뻔했던 여행을 완벽하게 만들어준 마지막 반전 뷰포인트를 공개합니다.
30년 토박이도 놀란 “눈 없는 레이니어”
시애틀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 1순위는 단연 마운트 레이니어 국립공원이었습니다. 외숙모의 차를 빌려 내비게이션을 찍고 출발했죠.
시내에서 국립공원 입구까지만 해도 꽤 거리가 있더군요.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 달려 드디어 파라다이스(Paradise) 구역에 도착했습니다.
국립공원에 들어가면 인터넷이 터지지않아 위성신호가 잡히고 네비도 다운받은 지도로 실행되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미국 네비 Waze 추천합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어? 눈이 다 어디 갔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어야 할 산봉우리는 거무튀튀한 흙과 바위를 드러내고 있었고, 콸콸 흘러야 할 계곡물은 바짝 말라 바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정말 충격적이었죠.
함께 동행해 주신 외할아버지는 시애틀에서만 30년을 넘게 사신 ‘찐’ 현지인이십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도 산을 보시더니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시더군요.
“내가 여기서 30년을 살았지만, 레이니어가 이렇게 벌거벗은 건 내 평생 처음 본다. 지구가 정말 많이 아픈가 보구나…”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는 뉴스는 많이 봤지만, 제 눈앞에서 만년설이 사라진 현장을 목격하니 그 심각성이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다른 곳은 다 매말랐지만 다행히도 내려오면서 나라다 폭포에 들렀는데 여긴 약간이나마 폭포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9월 말에 방문했는데 정말 이례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오기전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시애틀 9~10월에 비가 많이온다고 걱정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3주 넘는 시간동안 비가 2일 정도만오고 항상 맑았어요.
덕분에 즐거운 여행을 했는데 등가교환이라고 생각해야할까요?
우리가 상상하는 ‘설국’의 모습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점, 꼭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셔야 합니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상당히 서늘했고 할머니가 아침에 준비해 주신 김밥과 같이 가져간 진라면을 함께 먹었답니다.

왕복 운전, 솔직히 추천하시나요?


비지터 센터에서 잠시 휴식을 하다가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하기도하고 시간은 조금 보내다가 바로 내려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열심히 운전해서 도착해서 압도적인 풍경을 봤지만 다시 운전을 해서 돌아갈 시간이 왔습니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바로 ‘운전 피로도‘입니다.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레이니어 산 주요 포인트까지는 왕복 5~6시간이 훌쩍 넘습니다. 게다가 산길이라 운전 난이도가 꽤 높아요.
저는 외숙모 차를 빌려서 갔고 외국에서 운전해보는게 버킷리스트라 참고했지만 아무래도 초행길이고 낯선 나라에서 하는거라 긴장은 많이 되더라구요.
빠듯한 여행일정이라면 렌트보다는 투어를 하는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운전하느라 진이 빠져서 정작 산에서는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만약 부모님을 모시고 가거나, 운전에 자신이 없는 초행길이라면 렌트보다는 일일 투어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가이드님이 운전해 주시는 차 타고 편안하게 자면서 이동하고, 딱 예쁜 포인트에 내려서 사진만 찍는 게 정신 건강과 체력 관리에 훨씬 이득입니다. 기름값, 렌트비, 피로도를 따져보면 비용 차이도 크지 않거든요.
마침 제가 찾아보니 요즘은 한국인 가이드가 설명해 주는 알찬 투어들이 잘 나와 있습니다. 저처럼 고생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다녀오세요.
귀국 직전, 기적처럼 마주한 설산 (반전 결말)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설산은 못 보는 운명인가 보다’ 하고 체념하고 있었죠.
공항으로 가기 전, 시애틀 시내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나왔는데… 세상에!
거짓말처럼 시애틀 도심 건물들 사이로 하얗게 눈이 쌓인 레이니어 산이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며칠 전 가까이서 봤을 땐 다 녹아있던 눈이, 멀리서 보니 신기하게도 하얗게 빛나고 있었어요. (아마 정상 부근의 만년설이 원근감 때문에 더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마치 산이 저에게 “갈 때는 가더라도, 내 진짜 모습은 보고 가라”며 인사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제야 30년 토박이 할아버지가 왜 이 산을 그토록 사랑하시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가까이서 본 ‘민낯’도, 멀리서 본 ‘화장한 얼굴’도 결국은 대자연의 경이로움이었습니다.
마운트 레이니어는 날씨와 계절에 따라, 그리고 보는 거리에 따라 천차만별의 매력을 보여주는 산입니다.
저처럼 가까이서 만년설을 못 보는 경험은 하기 쉽지 않을거에요! 하지만 눈 쌓인 그 웅장함은 느껴보고 싶네요.
혹시 시애틀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하루쯤은 꼭 시간을 내어 이 거대한 자연을 마주해 보시길 바랍니다. 단, 운전은 전문가에게 맡기시고 여러분은 풍경만 눈에 담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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